종교 - "정의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종교 - "정의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Jan 16, 2026

Kwame Anthony Appiah, “Undefinable yet indispensable: Despite centuries of trying, the term ‘religion’ has proven impossible to define. Then why does it remain so necessary?”

콰메 앤서니 아피아, “몇 백 년에 걸쳐 노력해보았으나 ‘종교’라는 술어를 정의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왜 그것은 여전히 필요한가?”

첫 문단

우리는 종교를 인간 존재의 오래된 특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바로 그 개념이 초기 근대(early modern era)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랄 수 있다. 그렇다, 고대 지중해, 고전기 중국, 콜럼버스 이전의 메소아메리카에는 신들, 신전, 제물, 의례[또는 의식]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종교’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용어는 찾을 수 없다.

마지막 문단 일부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역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도구들로써 시작하며, 설령 우리의 [사유] 모형들이 언젠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의심하더라도, 일단은 그것들을 가지고 해나간다. 지금 종교는 여전히 [여럿이] 공동으로 관심을 가진 행위이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고, 세계에 대해 신뢰를 지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쓸 만한 지도들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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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religio’ 개념. ’양심의 가책’이나 ‘엄정함’ 같은 것을 의미, 규칙이나 금기를 꼼꼼하게 준수하는 태도, 더 나아가 예배 실천의 준수을 지칭.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in the right way).

cultus, ritus, superstitio 관습, 의례, 의무, 경외, 사회적 예법을 가리키는 용어들. 공적 생활의 일상적 활동, 시민적 의무, 가족적 예의범절과 분리된 별도의 영역으로 차단되어 있지 않았다. [신앙과 제의는 일상적 활동, 정치적 통치적 행위, 구조와 통합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종교라는 영역이 별개로 있지 않았다.]

로마인들이 해외에서 마주한 것. 낯선 ‘종교’라기보다, 제의적 삶(cultic life)의 다소 기이한 변형들. 다른 지역에는 다른 신들이 있음을 당연하게 여겨졌고, 전쟁 시에는 ‘evocatio’(강신降神, 초혼招魂, 불러냄)를 통해 그 신들이 편을 바꾸도록 시도할 수도 있었다. [적의 도시를 포위했을 때, 그 도시를 수호하는 신에게 숭배와 신전을 헌납할 것을 약속하면서 로마를 도와달라고 권유하는 종교적·군사적 의식을 치렀던 것]

브렌트 농브리Brent Nongbri, Before Religion: A History of a Modern Concept(2013). ‘종교’라는 개념은 유럽 계몽주의와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등장. ‘종교’에 대비되는 개념은 ‘세속’

4세기 락탄티우스Lactantius. vera religio(참된 종교, 진정한 신앙), falsae religiones(성서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거짓 종교, 왜곡된 교리), 올바른 예배와 잘못된 예배를 구분

후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 De veritate religionis Christianae(1627). 이 시기는 유럽의 그리스도교 세계가 분열되는 동시에 탐험과 정복을 통해 낯선 세계들과 마주하던 때

잠정적인 종교 정의. 권위를 근거짓는 성스러운 텍스트, 기원을 서사화하는 예언자적 창시자,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신학 교리의 묶음,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의무들. 창시자가 없는 전통에는 창시자가 부여되었고, 단일한 경전이 없는 전통에는 정전(canonical) 텍스트가 배정되었으며, 다양한 지역 의례들은 상위 체계로 묶여 들어갔다.

19세기 후반에 ‘세계 종교’가 학문적 연구 주제로 자리 잡자, 유럽 학자들은 서로 다른 실천과 사유의 체계들을 한 범주의 구성원으로 취급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불교는 하나의 시험 사례가 되었다. 그것을 하나의 단일한 ‘종교’라고 부르기 위해, 학자들은 먼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의 다양한 실천들을 통일해야 했고, 다음으로는 때로 신이 없는 전통이 과연 자격을 갖출 수 있는지 결정해야 했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신조(creed), 정서(sentiment),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의 결합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세계의 존재,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모든 것과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이 해석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압박하는 신비라는 암묵적 확신’

에드워드 B. 타일러Edward B Tylor. ‘영적 존재들에 대한 믿음’

막스 뮐러Max Müller. ‘정신적 능력’, ‘감각과 이성’과 분리된 능력으로서 인간이 무한(Infinite)을 파악하게 해 준다.

윌리엄 로버트슨 스미스William Robertson Smith. 종교적 삶의 진정한 기초는 의례(ritual), 집단 행위의 결속력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체계⟫(Les Formes élémentaires de la vie religieuse : le système totémique en Australie, 1912), ‘성스러운 것들에 관한 믿음과 실천의 통일된 체계’, 신자들을 ‘교회라 불리는 하나의 도덕적 공동체’로 결합

밀은 신조, 감정, 도덕적 설득력을 한 패키지로 원했지만, 유럽인들이 19세기에 마주한 많은 전통들은 그런 방식으로 그 요소들을 배치하지 않았다. 종교는 우주와 그 안에서의 우리의 위치에 대한 형이상학적 입장을 수반하는가, 다시 말해 스펜서가 핵심이라고 본, 끊임없이 압박하는 존재론적 신비에 의해 추동되는가? 우리가 고대 유대교라고 부를 만한 것은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성서의 저자들은 우주 앞에 서서 세계관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언약의 드라마 안에 서서, 법과 이야기와 공동체 정체성을 서로 얽는다. 그리고 뮐러의 정의는 낭만주의 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막스의 아버지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는 훌륭한 시인이었다.) 믿음 중심 설명을 의심하던 로버트슨 스미스는 ‘고대 종교들은 대부분 신조가 없었고, 그것들은 전적으로 제도와 실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결론내렸으며, 또한 ‘실천은 엄격하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것에 부여된 의미는 지극히 모호했다’고 했다. 로버트슨 스미스의 교정안은, 공동적이지만 어떤 분명한 의미에서 ‘성스러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실천들, 혹은 교리가 극도로 중요하게 작동하는 전통들 앞에서 흔들렸다. 뒤르켐의 공식은 수많은 민족지들이 무너뜨릴 ‘성스러움/세속성(sacred/profane)’의 날카로운 구분에 치명적으로 의존했다.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 하나의 단어가 신비를 풀어줄 것이라는 ‘열려라 참깨(Open Sesame)’의 꿈을 일축. ‘우리가 그것의 해법을 위해 단 하나의 단어만을 요구하는 단일 문제로서 종교의 기원과 본성에 접근하려고 고집하는 한, 우리에게 둘러져 있는 그 시빌라적 박명(sibyllic twilight) 속에서 결코 어떤 빛도 비추어지지 않을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종교란 ‘고독 속에 있는 개별 남성들이, 자신들이 무엇이든 신적인 것(the divine)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과 관계에 서 있다고 파악하는 한에서의 그들의 감정, 행위, 경험’

제인 엘런 해리슨Jane Ellen Harrison. 종교를 아예 정의하기를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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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르켐의 추종자. 기능주의적 정의, 사회를 결속하고, 개인을 위로하며, 전이를 표지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메커니즘. 종교는 무엇을 하는가(what religion does, function)가 종교는 무엇인가(what religion is, essence)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 ‘상징들의 체계’(system of symbols), ‘강력하고, 광범위하며, 오래 지속되는 기분과 동기’(‘powerful, pervasive, and long-lasting moods and motivations), 정치 이데올로기 포함 가능성. 참조: “문화체계로서의 종교”(Religion as a Cultural System, 1966년에 발표된 논문)

로빈 던바Robin Dunbar. 진화심리학자. ‘어떤 종류의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 그곳에는 영적 존재들이나 힘들이 거주하며(그것들이 물리적 세계에 관심을 갖고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belief in some kind of transcendental world … inhabited by spirit beings or forces (that may or may not take an interest in and influence the physical world …)) 참조: ⟪신을 찾는 뇌: 종교는 어떻게 진화했는가⟫(How Religion Evolved: And Why It Endures, 202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 유사성들은 어떤 원형(prototype)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탈랄 아사드Talal Asad. ‘종교’와 ‘세속’ 모두를 서구 근대의 정치적·지적 습관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영향력 있고도 통찰력 있게 추적, 종교는 그 힘들의 결과, 힘 자체라기보다 권력의 산물.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 ⟪종교의 의미와 목적⟫(The Meaning and End of Religion, 1962). 개인이 가진 ‘신앙’(faith)과 ‘축적적 전통(cumulative tradition)’으로 구분. 참조: 신앙은 “개인 인격체적 신앙… 특정한 인격체의 내적인 종교적 체험이나 개입… 사실이든 혹은 관념뿐이든, 초월적인 것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는 것”. 축적적 전통은 “연구 대상이 되는 공동체의 과거 종교적 삶의 역사적 축적물을 구성하는 외적·객관적 자료의 전체 덩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원, 경전, 신학적 체계, 무용 양식, 법적 혹은 그밖의 사회제도, 관습, 도덕적 규범, 신화 등을 가리킨다. 한 인격체나 한 세대로부터 다른 인격체와 다른 세대로 전수되는 것으로, 역사가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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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종’(natural kind) 지시. 인과적 힘, 설명적 역할, 근저에 놓인 속성을 지칭한다고 여겨지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지시 표현과 지시 대상 사이의 인과적 연결.[What matters is the causal connection between our words and the things they’re meant to denote.]

인과적 지시이론(Causal theories of reference). 자연종에 대한 명명(naming) 이후 그 지시 표현은 언어 공동체에 전달되며 그로써 지시 표현과 언어 공동체, 지시 대상 사이에는 인과적-역사적 사슬이 형성된다. 그리고 인과적 작용의 발전에 따라 존재자의 본성에 대한 지식도 발전한다. 참조: 숄 크립키Saul Kripke, ⟪이름과 필연⟫(Naming and Necessity, 1980)

‘사회적 종’(social kind) 지시. 혁명, 민족, 돈, 결혼, 종교 등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산물. 집단적 활동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집단적 기술의 산물(products first of our collective activity, then of our collective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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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ilosopher Ian Hacking captured this feedback loop with his idea of dynamic nominalism – the process by which classifications and people classified reshape one another. Categories create kinds. The heavy drinker is seen, and sees himself, as an alcoholic. The word doesn’t merely label the phenomenon – it helps to constitute it. Hacking later preferred to call this ‘dialectical realism’, on the grounds that what emerges from the loop (labels affecting those labelled, which then affects the label) is, by any reasonable measure, real enough.

철학자 이언 해킹은 이 피드백 고리를 자신의 ‘역동적 명명론’(dynamic nominalism)이라는 발상으로 포착하였다 — 분류와 [그 븐류에 의해] 분류된 사람들이 서로를 재형성하는 과정. 범주는 종을 만들어낸다. 과음자는 알코올중독자로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알코올 중독자’로 보고 또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알코올 중독자’로 분류하고], 그러면서 [과음자] 스스로가 자신을 그렇게 [‘알코올 중독자’라] 본다. 그 단어는 현상을 명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 그 현상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해킹은 나중에 이것을 ‘변증법적 실재론’(dialectical realism)이라 부르려 했는데, (명명하기가 이름 붙여진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이름 붙여진 이들의 행위가 다시 명명하기에 영향을 주는) 고리에서 출현하는 것이 어떤 합리적 기준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실재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참고: 이언 해킹, ⟪우연을 길들이다 - 통계는 어떻게 우연을 과학으로 만들었는가⟫(The Taming of Chance,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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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이언 해킹Ian Hacking. 역동적 명명론(dynamic nominalism), 변증법적 실재론(dialectical realism), 역사적 존재론(historical ontology)

  • Making up people(인간을 만들다). 이름 짓기(naming)가 현실(reality)을 생성(making)

  • Looping effect(고리 효과). 분류된 이들이 범주를 인식하여 행위를 변화시키고 이 변화가 다시 범주를 수정하는 순환 고리 형성

  • Moving Targets(움직이는 대상들). 현실의 인간들이 이름과 지식에 반응하여 끊임없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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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종, 사회종(social kind)은 분류에 의해 바뀌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분류를 바꾸는, 분류와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종種(interactive kind)

  • 분류는 역사적·문화적 배경에 따라 창출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므로 이는 인간종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의해(변증법적) 변화하는 현실 존재(실재)이며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는 배경이 역사적이므로 역사적 존재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참조: 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 ⟪精神哲學原論⟫(Das Problem des geistigen Seins: Untersuchungen zur Grundlegung der Geschichtsphilosophie und der Geisteswissenschaften,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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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을 둘러싼 논의가 ‘종교’ 이해에 주는 함의

We might concede that ‘religion’ resists a unitary meaning and proceed case by case, choosing the angle that best reveals what we need to make visible. When speaking of the Abrahamic faiths, a practice-centred approach may capture the lived textures of ritual and observance. The propositions of the Nicene or the Athanasian Creed are, after all, obscure and arguably incoherent, but the act of avowing them carries weighty significance.

우리는 ‘종교’가 단일한 의미에 저항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필요를 드러내는 데 가장 적합한 각도를 그때그때 선택하며 사례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브라함계 신앙들을 말할 때는 실천 중심 접근이 의례와 준수의 살아 있는 질감을 포착할 수 있다. 니케아 신경이나 아타나시우스 신경의 명제들은, 결국 난해하고 논리적으로도 일견 불일치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을 고백하는 행위는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The map may not be the territory, but we’d be lost without it. And the sciences, social and natural alike, advance through such tolerable falsehoods. Their worth lies in the utility of their results. If ‘religion’ endures, it’s because the word still does work, practical and theoretical… For the religionist, meanwhile, it continues to name a space where meaning is made, defended or denied. Whatever else it may be, ‘religion’ remains a category with too many stakeholders to be fired by fiat. When it comes to what the word means, no one gets to say, and everyone gets a say.

지도는 영토가 아니지만,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그리고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과학은 이런 견딜 만한 거짓을 통해 전진한다. 그것들의 가치는 그 결과의 유용성에 있다. ‘종교’가 지속되는 것은, 그 단어가 여전히 실천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종교인에게 그것은 의미가 만들어지고, 옹호되거나 부정되는 공간에 계속해서 이름붙인다. 무엇이든 그 밖의 것들이 어떠하든, ‘종교’는 아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매달린 범주이기에, 어떤 지시로써 해고될 수 없다.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누구도 단독으로 말할 권한이 없고, 모두가 말할 몫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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