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

📖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

May 20, 2024

로버트 루이스 윌켄Robert Louis Wilken,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 - 로마 세계의 눈에 비친 그리스도교⟫(The Christians as the Romans Saw Them, 1984/2003)

1. 플리니우스 – 통치자

2. 장례 상조 단체

3. 경건한 박해자들

4. 갈레노스 – 과학자

5. 켈소스 – 지식인

6. 포르퓌리오스 – 철학자

7. 율리아누스 – 개종자

“그리스도인들이 비판자들과 얼마나 많은 것을 공유하였는지, 또 얼마나 그들에게서 배웠는지 돌아본다면 헬레니즘 문명이 그리스도교 사상의 방향성을 설정했다고 대답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스도교는 새로운 쟁점을 철학에 던졌다. 그리스도교의 독특한 면모는 호교론자들의 끈질김에 힘입어 그리스·로마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고대 세계의 종교적, 지적 전통에 새로운 생명력을 선사했다.”(p. 368)

📺 [비아 언박싱]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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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과 들어가는 말

  • 이 책의 성격

    • “로마 세계의 눈으로 바라본, 다시 말해 로마인과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에 관한 이야기”,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가 뿌리내린 세계의 종교적 지평을 묘사… 그 세계가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종교의 모습과 시각을 어떤 방식으로 형성했는지 살펴보는” 것

    • 당시 로마 세계의 문화적, 종교적 지평을 그리스도교의 문화적, 종교적 함의와 연결

    •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인들이 제기한 가혹한 비판에 필사적으로 대응”한 방식

  • 외부 저술가들, 즉 이교도들

    • 이들은 그리스도교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들의 시각은 값진 것이다.

    •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Caecilius Secundus(61-113). 비튀니아 속주(오늘날의 튀르키예 북부) 총독, 그리스도교를 가리켜 ‘미신’이라 불렀다.

    • 켈소스Kelsos, ‘참말’(Alēthēs Logos, 180년경)는 예수를 가리켜 마술사, 주술사라고 썼다. 오리게네스Origenes는 70년 후에 ‘켈소스 반박’(Kata Kelsou)이라는 저작을 통해 논박. 

    • 또다른 2세기 인물은 갈레노스Galēnos. 의사이자 철학자,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이해는 창조에 관한 새로운 시각, 즉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간파한 인물

    • 3세기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포르퓌리오스Porphyrios, 4세기의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Flavius Claudius Iulianus

  • 그리스도교가 제시한 것들

    • 그리스도교는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했다.

    • 국가에서 독립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

    • 정치권력도 주교의 선출에 개입할 일이 없었다.

    • 성서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하느님과 인간, 세상, 역사를 이야기할 새로운 어휘들을 제공했다.

  • 호교론자들의 대응

    • 대다수는 고대 다신교 배경에서 성장해 여러 계기를 통해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들

    •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그리스·로마 세계의 언어와 사고 체계 안에서 이해되고 납득될 만한 것으로 가다듬어 제시하고자 분투. 외부자들의 사고 구조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제시한 사람들

    • 그리스·로마 세계의 사고방식, 그 범주와 관습을 깨뜨렸다. 

    • ⟪초기 그리스도교 사상의 정신⟫(The Spirit of Early Christian Thought, 2003)

  • 선행 연구들

    • 로빈 레인 폭스Robin Lane Fox, ⟪고대 다신교인과 그리스도인⟫(Pagans and Christians, 1987). 통념과는 달리 2세기와 3세기는 ‘근심의 시대’가 아니었다. 시민적 자부심의 원천으로서의 지역 사당과 신전, 축제와 제사, 봉헌과 신탁에 주목, 그리스도교의 성공은 전통 종교의 결점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스도교와 고전 문화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해석에 반대, “그리스도교의 이상에는 다른 동기, 다른 핵심이 있었다.”

    • 램지 맥멀렌Ramsey MacMullen, ⟪로마 제국의 고대 종교⟫(Paganism in the Roman Empire, 1981). 아돌프 폰 하르낙Adolf von Harnack의 ⟪최초 300년간의 그리스도교 선교와 확장⟫(Die Mission und Ausbreitung des Christentums in den ersten drei Jahrhunderten, 1902; English translation, The Mission and Expansion of Christianity in the First Three Centuries, in two volumes, 1904–1905)을 언급하며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이전에 가졌던 시각에 관해 다루지 않는 것, 선교가 마치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역사가의 눈에는 매우 의아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

  • 그리스도인들과 비판자들의 논쟁의 의의

    • 인간 영혼의 기저에 있는 문제들

    • 그리스도교 사상사를 좌우하는 주제들. 신앙와 이성의 관계, 하느님과 세계의 관계, 무로부터의 창조,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관계, 예수의 위치, 하느님과 예수의 관계, 성서의 역사적 신뢰성, 그리스도교 신앙과 시민 종교, 역사를 통해 계시하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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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장례 상조 단체

  • 2세기 초. 그리스도교 집단은 로마 제국 40~50개 도시, 5만 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도교를 다루는 저술을 2세기 말에나 등장. 이에 반해 유대인 공동체는 4백만에서 5백만 명으로 로마 세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집단 

  • 플리니우스가 그리스도교 집단을 지칭하면서 사용한 용어들. ‘미신’(superstitio), ‘파당’(hetaeria)

❧ 단체를 가리키는 여러 용어들

  • 에클레시아ecclesia — 교회.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자신을 가리킬 때 언제나 이 용어를 사용.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 들어선 에클레시아(“교회” 사도 9.31). 로마에서는 도시 정무관들의 모임인 평의회, 즉 불레boule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민회’를 지칭 

  • 크리스티아누스Christianus — 외부자들이 처음 붙인 것(사도 11.26). 창설자의 이름을 통해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 경우에 해당

  • 헤타이리아hetaeria — 플리니우스가 그리스도교 집단을 가리켜 사용한 일반적인 용어. 본래 정치 당파나 단체 등을 가리키는 말. 대부분은 그 자체 정치적 목적은 없었으나 언제든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도시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스 세계에서는 폴리스polis가 구심점을 상실하기 시작한 3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다. 

❧ 소속감

  • 정치인, 농장주, 군인 등과 같은 고귀한 신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1)직능조합, 2)장례 상조 단체, 3) 특정 신을 숭배하는 종교 단체를 구성하여 상조하면서 소속감을 가졌다. 대다수 단체는 이러한 특성 가운데 두 개 이상을, 또는 모든 특성을 가졌다. 당대의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단체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이해했다. 

  • 테르툴리아누스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 ⟪호교론⟫(Apologeticum)

    • 그리스도교를 하나의 ‘콜레기움’collegium으로 표현, 그리스도교가 불법 단체가 아니라는 것. ‘그리스도교 파당’이 하는 일. “우리는 경건한 양심과 일치된 규율, 희망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단체(corpus)입니다… 우리는 모임(coetus)이자 회합(congragatio)입니다. 우리는 황제를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는 모여 성서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거룩한 음성으로 신앙을 살찌웁니다. (식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식사를 했다기보다는 가르침을 받고 나가듯 돌아갑니다.” ‘파당’(factio)이 아니라 ‘원로원 회의’(curia)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 신학적인 요소가 없다. 다른 저작들에서는 에클레시아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

    • 그리스도교의 진리가 믿을 만한 것임을 보이기 위해 그리스도교가 제국 내에서 받아들인 여느 종교, 사회 단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야 했다. 그리스도교에 관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던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 ‘그리스도교 파당’(factio Christiana), ‘조직체’(corpus), ‘하느님의 종파’(secta Dei), ‘그리스도인들의 연합’(coitio Christianorum), ‘원로원 회의’(curia), 헌금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방식인 ‘금고’(arca), ‘선물’(honorarium), ‘각출금’(srips) 등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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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경건한 박해자들

❧ 편견

  • 로마의 지배 계층에게 ‘미신’(superstitio)이란 로마 세계 바깥에서 로마 세계 안으로 들어온 관행과 신앙을 통칭. 로마가 오랫동안 지켜온 종교적 관행에 어긋나는 것들에 대한  반감

  • 타키투스, 유대인들의 관행이 공격적이고 무례하다고 생각, 종교적으로 별다른 근거도 없어 보이면서 순전히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 타키투스의 유대교 비판은 문화적, 사회적인 이유가 아닌 종교적인 측면임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로마가 가진 종교와 유대·기독교의 다름이 현격한 것


❧ 종교 행위

  • 로마의 ‘피에타스’pietas. 가족에 대한 존경심, 구체적으로는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를 가리키는 용어, 점차 로마의 관행과 전통, 물려받은 법률, 조상에 대한 충성과 복종이라는 의미로 확장. 이후 종교적인 의미가 더해져서 신들에 대한 존경, 제사 등 신을 경배하는 종교 행사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덧붙여졌다. 공적인 기능과 사적인 기능의 결합

  • ‘신들에 대한 두려움’(deorum metus)은 로마의 통치 이념. 키케로, 신들에 대한 경건이 없다면 상호 신뢰와 인류의 유대, 나아가 가장 탁월한 덕인 정의도 사라질 것(⟪신들의 본성에 관하여⟫, 1.4)

  • ‘섭리’(providentia). 우주의 이치

  • 미신에 빠진 사람들은 사회 공동체를 등지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며 광신적. 이는 결국 무신론으로 이어지는데, 무신론과 미신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불경


❧ 우리 또한 경건한 사람들이다

  • 로마인들에게 종교적 진리란 선조들의 것, 선조들의 관행과 전통을 올바로 계승하는 것. 존경할 만하고 품위가 있는 것을 결정하는 열쇠는 ‘영속성’

  • 그리스도교는 팔레스티나에서 막 일어난 ‘새 종교’였으며 자신들만 옳다고 여기며 공동체를 배척했고, 새로운 사상과 관행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자라 그것만이 옳다고 완고하게 주장하는 광신자들

  • 로마인들에게는 “진지한 개인적 경험이나 형이상학적, 신학적 고찰과 같이 그리스도교가 당연시하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종교는 “공적 경건”이었으며, 종교는 언제나 사회생활, 문화생활의 중심에 있었다. 즉 루소가 말한 것과 같은 시민 종교

  • 그리스도교는 당대 사회와 종교에 대한 모독이었으며,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이 거부했던 것들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전혀 종교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제인 경우도 많다. 

  •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미신’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이렇게 지칭하는 것은 적절했다. 이러한 혐의를 열렬히 논박했다는 것 자체가 이것이 정곡을 찌른 비판이었음을 반증한다. 호교론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로마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결코 경건함과 신에 대한 경외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변론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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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플리니우스 - 통치자

❧ 관직 엘리트로서의 삶

  • 로마 바깥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으며, 로마의 상류 특권층의 세계가 그의 세계 전부였다.

  • 옛 로마인들의 정치적, 도덕적 전통이 그의 가치 판단을 좌우했고, 라틴 수사학 전통이 그의 지적 지형을 형성했다. 

  •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다른 로마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 그리고 수도 로마의 행정과 재정 문제였다. 

  • 109년(혹은 110년), 소아시아의 황제 속주 비튀니아·폰토스의 총독으로 임명

  • 스스로 밝힌 통치 원칙. 현지의 신들을 존중, 속주민들이 간직해 온 역사에 경의, 속주민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에 손상을 입히는 일을 하거나 그들 위에 군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


❧ 속주의 상황과 현안들

  • 서편 비튀니아는 인구가 많고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 동편 폰토스는 도시가 적었고, 토착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 자원이 풍부한 땅과 흑해 연안의 어업 덕분에 로마 세계에서 중요한 상업 중심지

  • 현안들 중의 하나는 정치적 움직임, 혹은 잠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변할 수 있는 움직임 봉쇄. 당파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

  • 흑해 연안의 도시들. Amastris(Amasra) — Sinōpe(Sinop) — Amisos(Samsun). 니코메디아의 상황들과 비슷

  • 플리니우스의 서한은 112년 가을, 폰토스 북부 어느 해안 도시 중 하나를 배경으로 한다. 


❧ 그리스도인의 상황

  •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 집단의 다수는 하층민, 해방 노예, 천시받는 직종에 종사하던 육체노동자들, 장인들이 집단의 핵심

  • 유대교와의 관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독립된 종파로 간주되었다.

  • 비상심리절차(특별심리절차, cognitio extra ordinem)에 따라 처리.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몇몇은 사형. 정무관을 업신여기며 복종하지 않는 태도(‘완고함’, contumacia)는 그 자체로 충분한 처벌의 근거. 로마 시민권자들은 속주 총독의 직권으로 유죄 평결해 처형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로마로 이송

  • 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호의를 얻는 집단이 아니었다는 암시

  • 로마 시민 종교의 관행이던 유향과 포도주를 바치는 ‘시험’을 종교적 충성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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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갈레노스 - 과학자

❧ 학문적 배경과 로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

  • 130년, 페르가몬Pergamon에서 출생, 플리니우스와 동시대인. 의학, 해부학, 약학, 논리학, 철학 등의 분야를 망라하는 저술

  • 스토아철학,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등의 철학 수업. “철학에 조예와 관심이 깊었지만, 어떤 한 가지 학파를 추종하지는 않았다.” 그리스도교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 새 종교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지적, 사회적 세계의 맥락 안에서 바라보고자 하였다. 그리스도교를 하나의 철학으로 이해하고 그 신앙 체계에 대한 철학적 비판을 시도

  • 로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백여 년 이상, 가장 중요한 위치. 2세기의 뛰어난 그리스도인 학자들은 누구나 로마를 거쳤다. 발렌티노스, 마르키온, 헤게시포스, 유스티노스 등


❧ 당대의 철학 학파와 그리스도교

  • 2세기 무렵 철학은 수많은 학파로 나뉘어 경쟁, 이들은 전수된 교조적 요소들에 집착, 학파의 창립자에 대한 종교적 숭배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 철학자들은 각자 자신이 소속된 학파의 사상과 믿음을 판매하는 철학 행상인이 되어갔다. 

  • 사람들은 어떤 모범적인 삶에 영감을 얻어서, 가족 누군가가 그 단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삶의 길’을 선택. “합리적 논증의 결과나 어떤 경험적 증거에 확신을 얻고 특정 학파를 선택하는 일은 드물었다.”

  • 그리스도교인들은 자신들을 철학 학파로 이해하지 않았지만 갈레노스는 그들을 ‘학파’로 지칭. 이로써 갈레노스는 그리스도교가 그리스·로마 세계에 장차 수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또한 그리스도교를 철학의 한 학파로 여김으로써 그리스도교 호교론자들이 예수의 인격, 또는 그리스도교적인 삶의 모습을 외부인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길을 열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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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레노스의 비판

  • 신을 포함하여 자연의 생성에는 이유와 질서(taxis)가 있어야만 한다. “자연은 어떤 것도 이유 없이 행하지 않는다.”(⟪신체 부위의 쓸모에 대하여⟫(Peri khreias moriōn), 11.2.3) 이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담긴 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것. “신은 모든 것이 훌륭하기를 바랐지, 그 어떤 것도 가능한 한에 있어서, 볼품 없기를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인데, 이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조화롭지 못하며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가시적인 모든 것을 그가 받아서는, 그것을 무질서 상태(ataxis)에서 질서 있는 상태(taxis)로 이끌었습니다. 질서 있는 상태가 무질서한 상태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해서였죠. 그리고 최선자(ho aristos)가 가장 훌륭한 것(to kalliston) 이외의 다른 걸 행한다는 것은 전에도 가당치 않았지만, 지금도 가당치 않습니다.”(30a)

  • 창세기 우주론에서 신은 우주를 완전히 초월해 있으며,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에 종속되지 않은 존재. 이에 반해 헬라스인들은 신이 자연의 원리를 초월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갈레노스도 마찬가지. “모세는 단순히 재료의 배열을 원했고, 그리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 어떤 것도 자연적으로 불가능하며, 신은 자연 법칙에 위배되는 것을 결코 시도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변화의 한계 내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낼 뿐이다.”(11.14)


❧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 교리의 형성

  • 갈레노스 시대의 기독교도들은 창세기 교리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 필론Philōn. 플라톤이 전개한 구도에 따라 신은 이미 존재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제작자(⟪세상 창조에 관하여⟫, 171)

  • 유스티노스Ioustinos(100-165). 플라톤과 그리스도교의 공통점 강조, “동질의 재료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형성”(⟪첫째 호교론⟫)

  • 안티오케이아의 테오필로스Theophilos(?-183/185). 하느님의 권능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ex ouk ontō) 당신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만들고 행사하는 것”에 있다.(⟪아우톨뤼코스에게⟫) 하느님의 초월성과 주권(monarkhia)을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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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포르퓌리오스 - 철학자

❧ 학문적 배경

  • 페니키아의 도시 튀로스Tyros(Tyre) 출신. 카이사레아에서 오리게네스 강의 수강, “성서에 대한 비평과 이를 우의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리스도교의 결정적 약점 상당수를 오리게네스가 노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포르퓌리오스가 할 일은 오리게네스가 지적한 문제점을 수용하고… 오리게네스가 찾고자 한 더 깊은 영적 의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오리게네스의 성서 비평 작업은 포르퓌리오스에게는 ‘신플라톤주의의 준비’(praeparatio Neoplatonica)나 다름없었다.”(로버트 그랜트Robert Grant, ‘The Stromateis of Origen’)

  • 플로티노스Plōtinos와의 만남. 새로운 철학적, 정신적 지평. 세상과의 단절, 삶의 변화, 더 고상한 길을 향한 도덕적 헌신

  •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 관한 주석(이사고게Eisagōgē,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 입문), 자연학과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다루는 형이상학의 단락들에 대한 주석

  • 플로티노스의 글을 모아 ‘엔네아데스’Enneades라는 이름의 책으로 집대성 

  • 그리스도교를 비판한 고대인 중 가장 박식하고 날카로운 학자. 여러 세대에 걸쳐 그리스도교 학자들을 자극하여 아우구스티누스도 논변에 대응하고자 고심하며 “가장 박식한 철학자”(doctissimus)라 불렀다.

  • 그리스도교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이 전제를 바탕으로 어떻게 그리스도교를 로마 제국의 종교 전통 안에 넣을 수 있을지, 어떻게 그리스도교라는 새 신앙을 전통 종교와 어울리게 할지 고민


❧ 기독교 논박 -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반박’

  •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성서의 주석 상의 문제들과 문학적인 문제들

  • 구약성서 다니엘서에 관한 문헌 비평. 다니엘서가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는 해석은 잘못 되었으며, 이 문헌은 저자 당시에 일어난 역사적 상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마카베오 시대의 위작

  • 다니엘서는 안티오코스의 강압적 지배에 맞서 항거하도록 유대인들을 고취하기 위해 기록된 작품으로 기원전 2세기의 저작. 이로써 포르퓌리오스는 그리스도인들이 다니엘서에 기초해 구성한 역사 해석 구조를 총체적으로 뒤흔들었다. 그의 주장이 옳다면, 예언을 들어 그리스도의 탄생을 옹호하던 호교론은 무너지고, 다니엘이 유대교 성전의 궁극적인 파괴를 예언했다는 주장도 무효로 돌아가고 만다. 


참조: Wilhelm Windelband, Präludien: Aufsätze und Reden zur Einleitung in die Philosophie — Freiburg i. B. [u.a.], 1884. Was ist Philosophie? (Ueber Begriff und Geschichte der 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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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에 대한 역사적, 문학적 비평

  • 아우구스티누스, ⟪복음사가들의 일치⟫(De consensu evangeliorum). 첫째 부분.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상이 제자들의 발명이라는 혐의에 관하여. 둘째, 셋째 부분. 네 복음서에 나타나는 불일치와 모순에 관하여, 특히 마르코와 루가, 요한 복슴서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마태오 복음서 단락에 주목. 넷째 부분. 마태오 복음서와 유사한 부분이 없는 마르코, 루가, 요한 복음서의 본문에 관하여. 첫 부분에서 포르퓌리오스를 언급하며 그가 복음서에 대한 이런 비판의 근원이었음을 암시

  • 포르퓌리오스는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그리스도교 성서에 대한 문학, 역사 비평을 시도했을 것이다. “제자들마저 한목소리로 가르치지 않았으며, 교회에는 처음부터 다툼과 분열이 있었다는 것”

  • 핵심 쟁점은 포르퓌리오스가 제기하고 아우구스티누스가 성서를 옹호하며 재확인한 문제, 곧 복음서가 역사적 예수에 관한 신뢰할 만한 기록을 제공하느냐는 것. 포르퓌리오스의 관점에 따른다면 “예수라는 인물과 그의 실제 업적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나 공동체 내부의 기억, 자기 이해를 복음서에서 분리해야 했다.”


❧ “신탁으로부터의 철학”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비판과 전략

  • 1권. 각 신적 존재들을 범주에 따라 숭배하는 것에 관하여. 2권. 다이몬에 관하여. 3권. 영웅이나 신격화된 인간에 관하여, 이들 가운데 예수도 포함된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본래 인간이었으나 죽은 후 신격화된 현자”

  • 신적 존재란 하나의 최고신으로부터 올륌포스 신들을 거쳐 별과 같은 가시적인 존재, 다이몬, 영웅, 신격화된 인간에 이르는 여러 가지 대상을 지칭하는 범주. 최고신은 이 모든 무리 위에서 지배하는 존재. 하나의 최고신은 오직 정신과 마음을 다해 영적으로 숭배해야 마땅하며 다른 신들은 제물을 바치는 것이 합당하다.

  • “최고신에게는 인간의 목소리도, 내적 언어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절대적인 침묵 가운데 정화된 영혼으로, 순전히 그 존재를 관조함으로 숭배해야 한다.”(육식의 절제, 2.37, 34)

  • 하느님은 시간을 초월하는, 정념이 없는 무형의 신적 존재이며 정신으로만 알 수 있다는 시각은 그리스도교 호교론의 근간이며 5세기에 이르러서도 그리스도교 호교론은 그리스도인과 이교도가 동일한 최고 존재를 숭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 포르퓌리오스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숭배함으로써 최고신에 대한 숭배를 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최고 존재 숭배에 대한 그리스도교와 이교도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 예수가 최고신과 동등한 완전한 신인지, 아니면 성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만 최고신보다는 아래의 신적 존재인지의 문제는 이른바 ‘아리우스 논쟁’ 시기에 그리스도인들에게 뼈아픈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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